[마봉춘이 간다] '정규직 전환' 앞장은 못 설 망정…"희망고문"

  • 6년 전

◀ 앵커 ▶

공공기관이 앞장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데요.

그런데 고용노동부 한 산하 기관에서 정규직 희망 고문을 한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에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카메라 앞에 앉은 앵커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한데요.

스텝들도 긴장된 얼굴로 큐사인을 기다립니다.

"생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하시고요. 쓰리, 투, 원, 큐."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필사의 진화 작업을 벌이고,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택배원의 고마움도 느껴보는데요.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직업이 있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곳, 한국잡월드의 직업체험 강사들입니다.

그런데 밥만 먹기에도 빠듯한 점심시간, 이들이 손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데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이 곳에서 일하는 강사는 2백75명.

모두 1년마다 근로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비정규직입니다.

[이진형/한국잡월드 강사]
"1월 1일 계약을 해서 12월 31일 퇴사서를 쓰고 다시 1월 1일 (재계약). 아무래도 고용 불안 문제가 발생하게 되거든요."

개관 6년 만에 청소년 4백64만 명이 찾을 만큼 바쁘지만, 고용과 신분이 불안하다 보니 몸이 아파도 맘 놓고 쉬지 못했고,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데요.

그런데 작년 이들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홍진/한국잡월드 강사]
"작년에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나왔을 때 저는 정말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변했구나' 생각했던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는데요.

사측과 정규직 9명, 비정규직 9명이 동수로 참여한 노사협의회가 열렸지만, 7개월 만의 결론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이주용/한국잡월드 강사]
"'자회사로 가면 정년이 65세가 될 수 있고 직접고용을 하면 정년 60세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회유를 한다는 것도 (문제죠.)"

하지만 자회사 정규직은 무늬만 정규직일 뿐, 사실상 간접고용 신분은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데요.

[박영희/한국잡월드 강사]
"저희가 핵심 업무인데 핵심 업무를 자회사로 빼고 핵심적이지 않은 관리 업무만 직접고용으로 남아 있겠다는 건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거죠. "

경쟁을 뚫고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다른 54명의 정규직들과 동등한 대우를 원하는 게 아니라 한국잡월드의 직원으로서 안정된 신분을 원할 뿐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이진형/한국잡월드 강사]
"저희가 그 사람들(정규직) 하고 똑같은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게 아닌데 그분들은 자신의 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비정규직을 없애는 대신 자회사 정규직화라는 꼼수를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분통이 터진다는 이들.

이 곳에서 미래의 꿈을 설계할 청소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이제 실낱같았던 희망마저 접어야 할 처지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영희/한국잡월드 강사]
"청소년들한테 좋은 일자리, 좋은 직업을 소개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되는데 해당 강사가 그런 좋은 일자리에 안 앉아 있는데 어떻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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