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돈 대신 밥 먹고 가라고요?…강제 '재능기부'

  • 6년 전

◀ 앵커 ▶

가수의 꿈을 꾸며 열심히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 벌려고 노래하느냐 기회를 주는 게 어디냐며 대가는 제대로 주지 않는 현실 탓에 꿈을 접는 이들이 적지않은데요.

에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신인 가수인가 싶어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는 곳.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오하빈 군이 노래하는 곳입니다.

연습생 생활을 접고 거리로 나선 지 두 달째.

관객들의 반응도 좋고 나름 팬도 생겼다지만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바람이 간절한데요.

[오하빈/가수 지망생]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흔치가 않죠. 누구한테 소개가 돼서 (섭외가) 오지 않는 이상…."

하지만 어렵게 무대에 서더라도 공연 대가로 받는 돈은 1시간에 5만 원 정도.

무대 대신 거리로 나서는 이유입니다.

[오하빈/가수 지망생]
"(공연 장비) 딱 빌리고 교통비까지 하면 딱 끝나요. 그래서 하루 5만 원을 그날 못 벌면 적자죠."

그나마 돈으로 주는 곳은 낫다는데요.

약속된 공연비를 떼어먹는 건 부지기수고 제품이나 상품권을 가져가라고 떠넘기는 곳도 적지 않다고 자칭 무명 가수 최우인 씨는 말합니다.

[최우인/포크 가수]
"보통 상품권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 식사권, 숙박권 심지어는…."

국회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이나 대형 서점 같은 큰 업체도 예외가 아니라는데요.

공연비 대신 밥을 주겠다거나 번듯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어디냐는 논리에 말문이 막히기 일쑤라고 합니다.

[최우인/포크 가수]
"'노'라고 얘기를 하게 되면 '저 사람은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이 안 돼 있다. 돈만 밝힌다'"

곡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데 제작비만 수백 수천만 원이 들지만 창작은 예술을 위한 고통, 공연은 자기 좋아서 하는 취미쯤으로 여긴다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최우인/포크 가수]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들 자산이잖아요? 그게 전부인 사람들인데 그걸 가지고 그냥 재능기부라고 말씀하신다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이처럼 '재능기부'로 포장된 무보수 노동을 벗어나기 위해 2013년 음악인 노조가 결성됐고, 설립 신고를 거쳐 작년부터는 정식 노조가 됐지만, 조합원은 2백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데요.

[이씬 정석/뮤지션 유니언 위원장]
"연습 노동을 하고 창작 노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부분들을 잘 몰라요. 그런 부분에서 음악가들도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을 해야 하고…."

돈 벌려고 예술하냐, 때려치우고 취업해라.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할 예술가가 돈 타령이 웬 말이냐는 일부의 비난에도 자신들도 노동자이며 음악은 부업이나 취미가 아닌 생업이자 살아가야 할 현실이라고 호소합니다.

[전해림]
"그냥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고 그게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요. 지금 현실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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