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이 간다] 북촌 한옥마을의 호소…"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 6년 전

◀ 앵커 ▶

서울 중심부에서 우리 전통 가옥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 북촌 한옥마을인데요.

최근 하나 둘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마봉춘이 간다에서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가지런히 놓인 기와들이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맞닿은 지붕 사이에선 고요한 정적만 흐를 것 같은 곳.

외국에 살다 석 달 전 북촌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박소영 씨도 처음엔 그랬다고 합니다.

[박소영/북촌한옥마을 주민]
"한옥의 아름다움이 그런 거니까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고요한 아침 있잖아요."

부풀었던 기대는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잠을 깨기 일쑤였고, 창문 너머의 낯선 시선 때문에 매일 신경이 곤두선다는데요.

[박소영]
"하나, 둘, 세 명이나 사진을 (찍잖아요.) 이 분이 지금 저랑 눈 마주쳐서 사진 찍다가…. 보세요. 저 보고 있잖아요."

어쩌다 대문이라도 열린 날이면 불쑥 집안까지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겁이 날 때도 많았다고 합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가정집이에요."

서울 중심부에서 전통을 느껴볼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난 지 수년 째.

서울시와 종로구청까지 홍보에 나서면서, 하루 평균 7천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찾습니다.

[박소영]
"(관광 안내원) 그분들을 이곳에 배치한다는 것은 이곳을 관광지로 취급한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이곳은 관광을 해도 되는 곳인가 보다. 관광지인가 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계속 더 찾아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주민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밤낮 없는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참다못해 결국 시위에 나섰는데요.

시위 중에도 영문 모르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김태성/북촌 한옥마을 주민]
"이리로 데려오기 때문에 그래요. 덕수궁이나 창덕궁으로 안 가고. 관광객도 그랬어요. 왜 여기로 오냐니까 입장료가 없어서 이리로 데려온대요."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면 오히려 불쾌해 하는 관광객도 있다는데요.

[김연주/북촌 한옥마을 주민]
"(안내문) 여기에 관광객이 써놨어요. '네 문제지.' 그런데 이해해요. 왜냐하면 여기가 관광지인 줄 알고 오니까…."

주거 지역이 관광지로 바뀐 것도 억울한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 당국의 태도에 더 분통이 터진다는 주민들.

[김연주]
"사람 목소리는 자기네(구청) 소관이 아니래요. 그걸 해결하고 싶으면 경찰청에 전화를 하래요."

서울 6백 년의 전통을 간직한 마을을 개발 광풍으로부터 지켜왔지만 이런 상황을 못 견디고 떠나는 이웃들을 보며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서울의 역사를 또 하나 잃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합니다.

[김연주]
"우리 주민들이 지켜온 마을이에요. 이 마을은…. 서울시에서 지켜준 마을이 아니라고요."

[박소영]
"전통 가옥 생활의 대가 끊길 것 같아요. 이런 상태로 이런 사람들 보호하지 않다가는 이것도 대가 끊기고 그냥 박물관으로 변하지 않겠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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