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야 하니까" 트라우마에도 현장으로‥치료는 지지부진

  • 2년 전
◀ 앵커 ▶

'10·29'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했던 경찰과 소방 대원들 중에는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데요.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계속해서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조희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참사 직후 현장에 투입된 20년차 소방관 권영준 씨.

그날의 공포감과 무력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권영준 / 서울중부소방서 소방대원]
"시민 분들이 겹겹이 쌓이신 채로 우리 또 다른 대원이나 경찰관 분들이 꺼내려고 하는데 잘 안 꺼내지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니까 이제 그때는 진짜 멘털 붕괴가 됐었죠."

거리에서 젊은 사람만 봐도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권영준 / 서울중부소방서 소방대원]
"길 가다가 이제 젊은 저 이십대 초반이신 분들 얼굴을 보면 그 생각이 나거나‥축제 같은 거 아니면 사람 많은 지하철 그런 데를 나중에 내가 그런 데를 갈 수 있을까‥"

## 광고 ##사고 이후 이태원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은 2천 4백여 명, 이들 중 상당수가 권 씨처럼 심리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
"(상담 문의) 인원이 보통보다는 많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29일 사고 이후로 많대요."

정부의 심리치료 지원 대상에 구조인력과 의료진 등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아직 대다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방관 열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이 같은 유병률은 일반인의 10배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영상편집 : 송지원영상취재 : 이준하 / 영상편집 : 송지원